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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 & Life Story
최근 아는 분의 테너 리코더를 부탁받아 길들이고 있다. 매일마다 약 10~20 정도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3~4일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점차적으로 소리가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고음, 특히 '높은 시' 까지 소리가 원활하게 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음보다 높은 도까지도 점점 단단한 소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푸석했던 소리들이 점점 알맹이가 있는 소리로 바뀌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도 리코더가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것이다. 목관 리코더의 경우 길을 들이는 것은 악기 스스로가 수분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뻣뻣했던 조직들이 점점 융통성 있는 몸으로 바뀌면서 보다 더 능동적으로 호흡에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바싹 말라있..
위드블로그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평소 내 의식과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관심사가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시간도 될 것 같다. 생각을 끄집어내다 보니 너무도 무분별하고, 잡다하게 나오는 결과물들...그래서 추리고, 추려봤다. 그리고, 위시리스트라고는 하더라도 내 것만 챙기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필요한 것도 하나씩 추가해본다. ^^ 먼저 아내에게 주고 싶은 것, 즉,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위시리스트? 아내에겐 예전부터 돈 많이 벌면 가마를 사주겠다는 큰소리를 치곤 했다. 도예를 전공한 아내... 요즈음에는 육아와 가사에 모든 걸 내려놓은 아내에게 힘이 닿는다면 가마와 함께 도예 공방을 선물하고 싶다. ^^ 그리고, 아내가 만든 도자기들을..
드디어 심수창이 첫 승을 올렸다. 지긋지긋한 18연패를 끊고, 786일 만에 승리를 맛본 것이다. 올해 들어서 프로야구를 좀 보기 시작했고, LG를 응원했었다. 그러다가 심수창 소식을 들었고...그의 불운의 연속에 관해 나 또한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그가 몇일 전 넥센으로 갑작스럽게 트레이드 되면서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무엇보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을 감격스럽게 한 것은 넥센의 김시진 감독의 흔들림 없는 믿음과 동료 선수들이 그의 첫 승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 했다는 점이다. 결국 그는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인터뷰 장면에서 눈물을 보인다. 왜 눈물이 안 나오겠나... 나도 눈물이 나려는데.... LG 에서의 17연패... 하지만, 넥센으로 옮긴 후 두 경기..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배신을 당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 일을 한번 겪게 되면 진심어린 누군가에게도 불신의 안경을 쓰고 대할지도 모른다. 하긴 요즘 세상에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것은 우습지만 용기가 필요한 상황일지도... 최근 불미스러웠던 블로거들의 상행위(?)는 해당 블로거와 이웃인 사람들에겐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내 관심사와는 다른 방향이었기에 그 쪽에 별 관심은 없었지만, 아내가 그 블로거와 이웃이기도 했기에 그 얘기를 했더니 설마....하는 모습이었다. 그 만큼 그 블로거는 착실하게 이웃들과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나름 열심히 관련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그런 그의 열정에 많은 사람들이 따랐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구나 싶다..
이 글은 위드블로그의 공감캠페인과 함께 합니다. ^^ 지금의 나와 블로그와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꽤나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20세기 말에 PC통신에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로의 이동이 있던 즈음 D사를 시작으로 이메일, 카페 라는 개념의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99년 난 다음에서 한 카페를 개설했고, 이후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들을 통해 같은 공감대 안에서 '소통' 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 공감대는 다름 아닌 '리코더(Recorder)' 였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장난감 마냥 취급했던, 그래서 '피리' 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던 그 리코더.. 그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에너지 넘치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음반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을 공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