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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 & Life Story
벌써 바로크에서 일하게 된지도 만으로 6년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문득 든 생각은 '악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사고'에 관한 부분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악기를 사러 온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그 사람에게 '적합한' 악기를 권해주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아니 때때로 많은 사람들이 악기의 품질을 논할 때 '가격'이라는 부분에 상당히 연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를 하나 들자면, Moeck의 Rottenburgh 모델에는 단풍나무, 배나무, 회양목, 자단, 흑단 등등 다양한 재질의 나무가 사용되는데, 각각의 나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나무에 따라 가공하기 쉬운 것이 있는가 하면 상당히 애를 먹이는 것..
사단의 공격은 직접적이지 않다. 주변 사물을 이용하고, 본인은 늘 한 켠에 숨어서 조종하는 걸 즐긴다. 그렇게 늘 지켜보고 있다가 뭔가 약점이 보일라 치면 역습을 감행한다. 수비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상대팀의 허점이 보일 때 파고드는 것처럼... 사단은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이 되도록 만든다.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면서 자기애를 부추기고, 자신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키면서 그러한 부분을 타인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한다. 그 동안 불만스러웠던 부분들을 한 순간에 폭발하듯이 쏟아붓게 만든다. 그렇게 인간을 조종한 사단은 어느 순간 뒤로 숨고.. 인간은 깊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심한 무기력감에 빠지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상실한다. 마음 한 켠에 큰 구..
어떨 땐 정말이지 지독히도 들리지 않는 음악이 어떨 땐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귀속에서 머릿속으로 밀물처럼 스며들곤 한다. 안드리에센의 멜로디...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을까... 이웃집에서 아이와 어머니가 리코더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듣고서 그 광경을 음악으로 담았다는 곡 멜로디... 현대음악을 이해하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어쩌면 틀에박힌 듯한 답답한 사고덕에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멜로디'가 오늘 출근길에 들렸다. 리코더와 피아노.. 유니즌으로 같은 음을 연주하는 음악, 간혹 등장하는 리코더의 글리산도 선율... 듣다보니 끝났다. 어떤 날은 이렇게 작곡가와 코드가 맞는 날도 있는가. 음악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
오늘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지인의 아버님의...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아니고, 어떤 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갑작스럽게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 한다. 보통 이런 경우 편안히 돌아가셨다고 호상이라고 한다지만 유가족들에겐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장례식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장소에 도착해서 들어서면서 가족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이런 순간, 늘 난 아픈 사람들을 잘 위로하지 못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머뭇거릴 뿐..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죽음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 나도, 내 가족도, 어느 누구도... 이런 생각 끝에는 결국 모든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 내 삶의 무게가 무척..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모두가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진리인가? 아님 모두에게 비난받고 있는 것이 진리인가! 오늘날 소문은 무성하고, 비난의 화살은 무수하며, 무책임은 하늘을 찌르고, 뜨거운 가슴은 식어버렸다. "꽃들에게 희망을" 목적지도 모른채 무작정 기어가는 애벌레들... 다들 정상에 뭔가가 있겠거니 하며 서로 몸을 부벼대고, 상대방을 밟고 올라서지만 정상엔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겐 나비가 되기 위한 '거듭남'이 필요했을 뿐... 요즘 보면, 모두가 저 애벌레들 같다. 난 애벌레가 되기 싫다! 2009.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