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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 & Life Story
HANDEL - THE RECORDER SONATAS Erik Bosgraaf, recorder l Francesco Corti, harpsichord Brilliant l 93792 최근 에릭 보스그라프의 신보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판 에이크를 시작으로 리코더의 주요 레퍼토리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그에게 이젠 '개성파 연주자' 라는 수식어까지 심심찮게 붙곤 한다. 개성파라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모리스 스테거나 도로테 오베를링어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성향을 이 연주가는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는 그렇지만, 그의 연주에는 단순히 기량만을 앞세우는 요소 보다는 작품 자체를 여러번 곱씹어서 '자기화' 한 흔적이 유독 도드라지게 보인다. 바로크 음악은 연주자..
단 한 번도 영국 땅을 밟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코렐리는 당시 영국의 음악가들을 통해 영국 바로크 음악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존 월시와 같은 출판업자들은 코렐리의 작품들,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를 리코더 소나타로 편곡, 출판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마찬가지로 코렐리의 제자인 제미니아니는 스승의 작품을 콘체르토 그로소로 재탄생시켜서 당대에 큰 인기를 누렸다. 오늘날 최고의 리코더 연주가로 손꼽히는 모리스 스테거와 로렌스 커밍스가 이끄는 잉글리시 콘서트의 이번 코렐리 작품집은 코렐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 첫 번째에 해당한다. 이들은 음반작업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같은 테마로 공연계획도 갖고 있다. 모리스 스테거의 이번 녹음에서는 기존에 소개되었던 바이올..
올 해(2008년)로 20주년을 맞는 플란더스 리코더 사중주단(이하 FRQ)은 오늘날 암스테르담 뢰키 스타더스트 사중주단과 더불어 최고의 리코더 앙상블로 불린다. 바로 이들의 이름을 10여년 전 한국의 매니아들에게 각인시킨 음반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 비발디의 사계다. 1994년 녹음인 이 음반은 그 이후에 쏟아져 나온 여러 비발디 사계의 리코더 음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현악파트에 대한 의존도 없이 순수 리코더 앙상블만으로 전곡을 연주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리코더 사중주가 기존의 현악파트를 담당하고, 한 대의 리코더가 솔로 바이올린의 역할을 담당하는 편곡은 앙상블 멤버인 요리스 반 괴템의 작품이다. 사실 리코더만으로 오리지널을 살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현악기의 다이나믹과 날카로운 ..
올 해 2008년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카달로그에 그간 자취를 감췄던 명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의 리코더 연주가 위고 레인의 헨델 리코더 소나타가 바로 그것이다. 그간 같은 레이블의 마리온 페어브뤼헨의 음반 탓에 다소 저평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도 되지만, 그의 헨델 소나타가 다시 등장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위고 레인의 연주는 그리 유별나지 않다. 어찌보면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연주가 매력적인 것은 리코더와 콘티누오의 조화가 뛰어나고, 평온하리만큼 안정적인 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리온 페어브뤼헨의 연주처럼 화려한 장식음으로 치장된 것도 아니고, 비루토오소적인 강렬함이 비취지도 않지만, 위고 레인의 연주에는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시키는 힘이 실려 있다. 이 음반을 ..
요즘 양방언이라는 이름은 적어도 "제주의 왕자" 덕분에라도 리코더 매니아들에게도 익숙해진 이름이다. 사실 그의 음악을 잘 모르고서 리뷰를 쓴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이 음반 하나만 갖고 얘기해볼까 한다. 아마도 이 리뷰는 리코더를 중심으로 쓰게 될 것 같다. 산들바람의 실루엣(?). 일본 애니메이션 '엠마'의 O.S.T.는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싱그럽다. 이 음악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 신분의 윌리엄과 하녀 엠마의 사랑을 다룬 애니메이션 위에 얹어진 것. 따라서 스토리만큼이나 그 선율 또한 감성적이다. 이 감성적인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양방언이 순수 토종 한국인이긴 하지만, 그의 성장기와 활동무대가 일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음악적 배경 또한 일본성향이 강하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