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Silhouette of a Breeze - 양방언 본문
요즘 양방언이라는 이름은 적어도 "제주의 왕자" 덕분에라도 리코더 매니아들에게도 익숙해진 이름이다. 사실 그의 음악을 잘 모르고서 리뷰를 쓴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이 음반 하나만 갖고 얘기해볼까 한다. 아마도 이 리뷰는 리코더를 중심으로 쓰게 될 것 같다.
산들바람의 실루엣(?). 일본 애니메이션 '엠마'의 O.S.T.는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싱그럽다. 이 음악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 신분의 윌리엄과 하녀 엠마의 사랑을 다룬 애니메이션 위에 얹어진 것. 따라서 스토리만큼이나 그 선율 또한 감성적이다. 이 감성적인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양방언이 순수 토종 한국인이긴 하지만, 그의 성장기와 활동무대가 일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음악적 배경 또한 일본성향이 강하진 않을까? 음악을 들으면서 솔직히 그런 생각들 때문에 음악과 1:1로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색안경을 쓰고 판단하려는...하지만, 분명한건 최소한 그의 음악은 동양적인 감성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그 감성의 국적이 더 구체적으로 한국이냐, 일본이냐는 모르겠지만.
음반에는 총 19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같은 테마를 다른 악기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한 곡들이 6곡이 되니 실제로는 13개의 테마로 구성된 곡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5번, 13번, 19번은 리코더 앙상블로 연주된 곡들이다. 그리고, 18번 트랙인 William's Love에는 리코더가 주선율을 맡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곡은 도쿄 리코더 오케스트라의 가네코 겐지가 편곡을 맡았고, 실제 연주 또한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함께 연주했다. (이 음반을 소개할 때 분명히 명시해야 할 것은 도쿄 리코더 오케스트라가 아닌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이 연주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4중주 연주인데,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리코더 앙상블로 연주한 세 곡은 다른 버전의 연주로도 수록되어 있어서 충분히 비교의 대상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튜디오 녹음이다보니 리코더 앙상블의 연주가 상당히 건조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잔향이라고는 거의 없는 평범한 녹음에 고음역의 소프라노 리코더가 종종 귀에 거슬린다. 악기에 따른 특성을 프로듀서가 좀 더 인지하지 못한 듯 하다. 어쨌거나 리코더 앙상블은 목가적인 울림으로 다른 버전에 비해 아련함을 전해준다. 특히 "Solitude"는 하프시코드 버전에 비해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사실 하프시코드 소리가 지나치게 쟁쟁거린다. 악기탓일까, 연주탓일까...그에 반해 리코더 버전은 긴 여운의 꼬리를 남겨놓고 슬픔과 외로움을 한껏 가중시킨다."Menuet for EMMA"에서는 피아노의 경우 느릿한 템포에 가슴 한켠의 공허함과 청량감이 묘하게 겹쳐지는 반면, 리코더 버전에서는 엔딩테마로 쓰여서인지 경쾌함이 돋보인다. "William's Love"에서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물론, 미디지만.)에 리코더의 솔로가 아득함을 전해주고, 마지막 트랙인 "Silhouette of a Breeze"의 리코더 버전은 첫 트랙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리코더 앙상블만으로 표현하는 리코더의 감성은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가네코 겐지의 편곡이 돋보이는 곡.
양방언의 여러 앨범들 중에서도 이 엠마의 O.S.T.는 무척이나 사랑받고 있다. 스케일이 크지 않으면서도 로맨틱한 감성의 다양한 측면을 세세하게 건드려서 대중에게 더 어필하기 때문이 아닐지. 음악을 들으면서 각 제목에 따른 장면을 상상하기도 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음악들은 특히 각 장면과 곡이 최고의 조합을 보일 때, 그 효과가 배가 되어 관객에게 음악과 영화 모두 각인된다. 양방언의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자꾸만 원작을 보게 부추긴다. "엠마"는 국내에도 DVD판으로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연주자
Kunihiko Ryo (양방언), acoustic aiano/ harpsichord/ accordion / irish harp
keyboards & all editing by computers
Tokyo Recorder Orchestra
- Kenji Kaneko, soprano recorder & tenor recorder
- Takashi Yasui, alto recorder
- Yuko Shouji, tenor recordrer & bass recorder
- Yuki Hosooka, bass recordrer & contrabass recorder
Strings Ensemble (on track 1)
- Hijiri Kuwano, violin
- Motoko Fujiie, violin
- Kazuno Watanabe, viola
- Susumu Miyake, cello
수록곡
01. Silhoutte of a Breeze
02. Love at first sight
03. Emma
04. Lace handkerchief
05. Menuet for EMMA
06. Society
07. Solitude
08. Crystal Palace
09. Silhouette of a Breeze (Piano solo)
10. with him
11. Emma (Piano solo)
12. the Season
13. Solitude (Recorder ver.)
14. Separation
15. Confession
16. Menuet for EMMA (Piano solo)
17. Emma (Harpsichord)
18. William's Love
19. Silhouette of a Breeze (Recorder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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