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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 & Life Story
모리스 스테거가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의 데뷔작 텔레만에 이어 두 번째로 삼마르티니의 소나타에 도전했다. 최근 들어 더이상 클라베스(Claves)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으로 봐서는 완전히 HM로 이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주세페 삼마르티니, 그는 그의 동생 지오반니 바티스타와 더불어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있다. 하지만, 그의 리코더 작품은 사실 F 장조의 협주곡 외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러 음반 속에서 간간이 그의 작품들은 낱곡으로 소개될 뿐 그의 소나타만을 어우른 음반은 드물었다. 그나마 앙상블 메디올라눔의 음반이 꽤나 오래전에 삼마르티니를 소개했었지만, 뛰어난 연주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졌었다. 이제 오늘날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
로렌조 카바산티와 파비오 비온디? 사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들어왔던 로렌조 카바산티의 음악은 비온디의 성향과는 많이 틀리다는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상냥하고 부드럽고 투명한 음색이 카바산티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격렬한 비온디와 함께라니!! 역시나 첫 트랙부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텔레만의 d 단조 트리오 소나타에서 격렬한 비온디의 보잉에 비해 카바산티의 음색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들렸다. 트리오 소나타라는 것이 두 독주자가 경쟁하듯이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평행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의 연주에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슬아슬함 보다는 이미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도 이 음반에서 최고의 연주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첫 번째 연주인 d단조, 그 중에서도..
도로테 오베를링어가 도이치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이탈리아 소나타들을 레퍼토리로 음반을 녹음했다. 이제 한창 무르익은 오베를링어의 연주는 이 음반에서 같은 레퍼토리의 다른 연주자들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제 그녀의 연주는 듣는 이들에게 "오베를링어 톤"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자신만의 색깔을 갖게 된 것 같다. 코렐리와 삼마르티니 등의 이탈리아 주요 작곡가들로 구성된 이번 음반은 아르카나(ARCANA)에서 비발디 콘체르토를 함께 녹음했던 "마르카의 유쾌한 친구들"의 멤버들로 콘티누오 그룹이 짜여져 있다. 그리고 오나멘트 99에서 한솥밥을 먹은 카스텐 에릭 오제와도 함께. 오베를링어의 라움클랑(RAUM KLANG)과 아르카나에서의 비발디를 관심있게 귀 기울인 사람이라면 이 두 ..
2007년 해체된 무지카 안티콰 쾰른(이하 MAK)과 모리스 스테거 등의 독주자들이 함께 한 이 텔레만 플룻 사중주 음반은 이 레퍼토리에서 단연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만약 누군가 이 레퍼토리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음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서슴치않고 이 음반이라 추천할 것이다. 이유는 이 음반은 텔레만의 작풍에 대한 최고의 해석은 접어두고라도 다이나믹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크 음악에서 이 다이나믹, 역동적인 흐름이야말로 음악적인 생명력의 근원이 아닐까. 이들의 연주에는 가슴 속을 후련하게 씻어주는 힘이 실려있다. 텔레만의 작품 43번의 플루트 사중주는 세 대의 독주악기군과 바소 콘티누오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목처럼 4중주의 개념보다는 협주곡에 가까운..
리코더 음악을 접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랄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어렵다'라는 것이다. 모든 오리지널 리코더 작품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리코더 음악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소나타, 콘체르토 등이 아닐까? 덕분에 일반 대중음악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겐 리코더라는 악기는 초딩의 전유물 그 이상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미칼라 페트리라는 덴마크의 리코더 연주가는 그런 부분들을 상당히 무너뜨리는 데 한 몫 했다. 르네상스, 바로크 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전통음악이나, 중국음악 등 다양한 시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서 리코더의 다른 일면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의 르 보레아데 앙상블 또한 비틀즈 바로크라는 음반을 통해서 리코더 뿐만 아니라 바로크시대의 악기들을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했다. 이번에 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