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보통 어떤 연주든, 무반주 연주를 제외하고는 독주라 해도 대부분 반주를 포함해서 둘 이상이 연주를 한다. 클래식이든, 가요든, 팝이든... 결국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음악들은 여러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경우인 것이다.

무반주로 홀로 연주하는 독주일 경우, 연주자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그만큼 큰 부담감으로 인해 긴장감이 커지겠지만, 그래도 개인의 개성, 감성을 표현하기는 그 표현력에 제한이 없고, 모든 곡의 흐름을 개인이 주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과의 연주에서는 음악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하기에, 자신의 색깔을 튀게 하기 보다는 다른 이들의 색깔과 혼합된 새로운 색깔을 표출하는데 온갖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한 연주회를 다녀왔다. 어느 연주회라고 굳이 밝히지는 않겠는데, 그 연주회에서 네명의 성악가(?)들의 중창은 그야말로 꽝이었다. 네명의 성악가들의 템포가 맞지 않았고, 반주자와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그 네명중 한명은 특히나, 곡의 흐름을 깨고 있었고, 자신의 템포가 틀린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물론, 곡에 흥이 겨워서 하는 것은 좋겠지만, 자신을 죽일 때는 과감히, 철저히 죽여야 그 열매는 지극히 단맛을 주지 않는가.

또 한 예로,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야샤 하이페츠가 있다. 강렬한 보잉과 카리스마, 모든 신경을 연주에만 집중하기 위해 연주중에 어떤 몸놀림도 없이 경직된 동작을 보여주는 하이페츠...그가 죽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그이지만, 과거 루빈스타인과 피아티고르스키와 함께 활동했던 앙상블은 그리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개개인의 연주자들은 당대 최고였기에 그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백만불의 트리오"라고 불렀지만, 그들의 연주는 자신을 죽이는 희생은 부족했던 것 같다. 특히, 하이페츠의 개성이 너무 강했다는 동료의 발언이 전해진다.

요즘같은 세상, 자신을 PR하지 않으면 뭔가 뒤떨어지는 것 같은 세상...그래서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너도나도 자신을 내세우지만, 가끔은...때로는 자신을 죽여야 자신이 더 돋보이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음악뿐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즐겨보는 드라마 무인시대에서 말하는 '대의'라는 것도 결국은 자기 욕심을 버릴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2004.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