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카세트 테잎에 관한 "추억" 본문
Tape...지금은 CD에 밀려 음반매장 클래식 코너 한쪽 구석에, 그것도 아주 조금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10년전만 해도 적잖은 진열장의 자리를 차지했던 시절이 했었다. 값은 저렴하지만, 오랫동안 여러번 들으면 늘어진다는 큰 단점때문에 CD에 밀려 그 자취를 감춰가지만...이젠 나에게서도 그들은 외면받고 있다. 불쌍한 것들...
예전만 해도 내 책상위에 메이저 급으로 자리잡던 녀석들이 이젠 서랍장속에, 서랍을 열어야만 보이는 음지로 쫓겨나 버렸다.
한 십년전...그때도 음반충동구매에 젖어있던 때..
그때는 CD한 장 살 돈이면 차라리 테잎 3장을 산다!! 는 논리로 지금의 녀석들을 모아들였었다. 점심 몇 차례 굶으면 테잎 한장 산다는 욕심에 밥도 굶었던 시절...그런데, 이젠 한달에 한번 들을까 말까 하니...상태가 안 좋은 애들도 있지만, 그래도 80%는 건강이 양호한 상태인데...그래도, 가끔은 카세트 데크에 테잎을 넣어 플레이를 돌릴 때가 있다. CD에 없는 타이틀이기 때문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추억에 젖고 싶을 때, 난 낡은 테잎 케이스를 꺼낸다.
10년, 아니 정확히 11년 전쯤일까...고등학교때, 학교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리코더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리코더를 불었던 시절, 고3이 되기전 한 친구가 집에서 큰 카세트를 학교로 갖고와서 기념비적인 녹음을 했다. 어설픈 연주...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았던 친구들. 그 열정을 한 친구가 녹음, 편집, 제작해서 한장씩 나눠줬다. 지금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20%에 속하는 녀석이 되었지만, 내겐 10CD 부럽지 않은 '친구'다. 가끔 그를 대할 때면, 그 때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뛰기도 한다. 마지막 트랙에서 친구가 빌리조엘의 "피아노맨"을 배경음악 삼아 친구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낭독할 때면 마치 연주회장에서 기립박수 받는 그런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테잎...이들이 언제까지 존재할까...그건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왠만한 오디오에는 카세트 데크가 같이 딸려 나오는 걸로 봐서는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CD, MP3, MD같은 애들한테는 상대적으로 열세이겠지만...적어도 나같이 추억을 담고 있는 테잎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을까. 오늘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녀석들 중 가장 멀리했던 녀석을 골라 A면에서 B면까지 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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