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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라모 : 우아한 인도의 나라 - 윌리엄 크리스티 & 레 자르 플로리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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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라모 : 우아한 인도의 나라 - 윌리엄 크리스티 & 레 자르 플로리상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3. 7. 30. 17:45

 

 

 

 

 

라모의 오페라 《아한 인도의 나라들》

 

레자르 플로리상 오케스트라 & 합창단 / 윌리엄 크리스티 (지휘)

폴 애그뉴, 나탄 베르그, 파트리샤 프티봉 외

OPUS ARTE / OA 0923 D (2 DVD)

 


 

프랑스 오페라는 17세기 이탈리아 음악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악은 대립되는 성향도 강했지만, 반대로 융합을 원하는 부류도 상당했다. 그 가운데 로베르 캉베르에 의한 프랑스 최초의 오페라인 ‘포모나(Pomona)'가 무대에 올려졌고, 이후 륄리가 프랑스 음악을 독자적으로 주도하면서 프랑스 오페라의 양식들을 확립시켜 나갔다. 무엇보다 륄리의 큰 업적이라면 바로 서정비극이라는 양식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 프랑스 궁정에서 인기를 끌었던 발레와 고전비극의 결합이 이룬 결과물이었다. 이후 륄리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 오페라 작곡가로 장 필립 라모를 꼽는다.

 

라모는 젊은 시기에 음악가로 크게 주목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20대에 오르가니스트와 작곡가로 활동했지만, 별다른 지명도를 얻지는 못했고, 오히려 30대 후반에 저술한 ‘화성론’을 통해 이론가로 유명해졌다. 라모가 작곡가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오페라를 통해서였지만, 이미 그의 나이는 50세였다. 작곡가로서는 늦은 나이였지만, 50세에 작곡한 그의 첫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Hippolyte et Aricie)'는 륄리 이후 대작을 기다리던 프랑스인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열렬한 찬사만큼이나 가혹한 혹평도 뒤따랐는데,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혁신적인 요소가 라모의 작품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악에서 라모를 륄리의 후계자로 보곤 하지만, 사실 륄리와 라모는 상반되는 성향도 적지 않다. 이런 요인들은 후에 부퐁논쟁으로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륄리파와 라모파의 대립으로, 그리고 이탈리아 오페라와 프랑스 오페라의 대립으로 우위를 논하는 논쟁으로 불거져갔다. 아마도 당시로선 선율 중심의 이탈리아적인 음악이 이해하고 수용하기는 훨씬 수월했기 때문에, 화성을 중시한 라모의 급변하는 스타일은 보수적인 프랑스인들에겐 적대감을 유발시켰을 것이다.

 

라모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Les Indes Galantes)'은 그의 두 번째 오페라로 1735년 작곡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륄리를 통해 자리 잡은 서정비극보다 더 대중적인 작품으로 오페라와 발레를 접목시킨 오페라 발레에 속한다. 루이 퓌젤리에의 대본에 의한 프롤로그와 4막(Entrées)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여기서 등장하는 인도는 실제 인도가 아닌 미지의 외부세계를 뜻하는 신대륙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초기에는 3개의 막으로 만들어졌지만, 후에 4번째 막이 추가되었다. 서곡의 형식을 갖고 있는 프롤로그에서는 에베와 벨론느의 싸움으로 시작해서 이후 4개의 막에 등장하는 네 개의 나라인 터키, 페루, 페르시아, 북아메리카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1막은 관대한 터키인, 2막은 페루의 잉카인들, 3막은 꽃-페르시아의 축제, 4막은 북아메리카의 야만인들이라는 타이틀로, 4개의 막에서 등장하는 각 나라들은 당시 유럽인들의 이국적인 세계에 대한 호기심어린 시선이 담겨져 있다. 일부 정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 자체는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로 교훈적인 내용 보다는 유쾌한 분위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장르의 성격상 이 작품 내에서 발레의 비중은 상당히 큰데, 라모는 자신의 장기인 다채로운 화성의 변화를 동적인 발레와 조화시키면서 극적인 상승효과를 끌어냈다. 각 막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코믹한 요소들은 다소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마저도 유쾌하게 웃어 넘기게 만드는 활력소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라모의 최고의 오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히면서도 오늘날 레코딩이나 영상물은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영상물의 경우 윌리엄 크리스티의 2003년 가르니에 오페라극장의 공연실황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이 공연실황은 상당한 수작이어서 희소성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키고도 남는다.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대부인 윌리엄 크리스티는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그는 라모의 혁신성을 인정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과거의 음악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특히 가수들과 군중들의 춤들을 현대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춤으로 묘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게 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가득찬 무대연출, 그리고 군중들과 더불어 제법 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가수들의 노래 또한 이 작품의 생동감을 더해주는 요소다.

 

총 2장의 DVD에는 전체 공연실황과 더불어 윌리엄 크리스티와 주연 가수들의 인터뷰를 담은 보너스 영상도 수록되어 있어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공연을 마치고 앵콜곡으로 4막의 ‘야만인의 춤’을 연주하면서 전체 배우들과 함께 크리스티가 무대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폴 애그뉴의 귀여운 이미지의 캐릭터와 깜찍하면서도 앙증맞은 파트리샤 프티봉의 연기와 노래 또한 이 영상물의 큰 볼거리 중의 하나다.

 

 

박광준 (goldedge@hanmail.net)

AppZine Classic 2013년 5월 20호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