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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사계/ 첼로 협주곡/ 비올라 다모레 협주곡 [베를리너 바로크 졸리스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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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사계/ 첼로 협주곡/ 비올라 다모레 협주곡 [베를리너 바로크 졸리스텐]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4. 2. 17. 13:34

 

 

 

 

 

비발디: 사계/ 첼로 협주곡/ 비올라 다모레 협주곡

 

베를리너 바로크 졸리스텐 / 라이너 쿠스마울 (바이올린, 리더)

게오르그 파우스트 (첼로) / 볼프람 크리스트 (비올라 다모레)

Philharmonie / PHIL. 06027

 


 

바로크시대의 협주곡은 합주협주곡에서 독주협주곡의 형태로 점차 변화했다. 이탈리아의 코렐리를 중심으로 확립된 합주협주곡(콘체르토 그로소, Concerto Grosso)은 당대에 그의 제자인 제미니아니를 비롯해서 유럽 전역의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큰 흐름이자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형식 중 하나였다. 여러 독주악기군이 등장하는 합주협주곡에 이어 독주협주곡의 등장은 독주악기를 보다 더 부각켰으며, 이후 고전시대 협주곡의 모델이 되었다. 이 중심에 있던 작곡가가 바로 안토니오 비발디다.

 

‘붉은머리 사제’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비발디는 그의 생애 대부분을 당시 피에타 여학교에서 보냈다. 피에타 여학교는 베네치아에 위치한 고아들과 사생아들, 부모들이 돌보기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기숙사 학교였다. 비발디는 1703~1740년까지 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고, 그의 협주곡중 상당수가 이 학교 학생들을 위해 작곡되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긴 했지만, 음악교육만큼은 양질의 교육을 받아서 상당한 수준의 연주실력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발디는 이런 뛰어난 연주자들을 곁에 둔 환경 덕분에 오늘날 전해지는 훌륭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비발디가 1703~1740년까지 지도했던 베네치아의 피에타 여학교 학생들의 연주모습

 

 

비발디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진 ‘사계’는 1723년 작곡된 작품으로 1725년 출판된 Op.8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처음 네 개의 협주곡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비발디의 후원자였던 모르진에게 헌정되긴 했지만, 이 시기 또한 그가 피에타 여학교에 재직했던 시기임을 감안했을 때, 이 작품이 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되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비발디의 여러 협주곡들이 표제가 붙어있긴 하지만, 그의 사계는 좀 더 특별하다. 이 작품에는 네 개의 협주곡에 이름 붙여진 계절마다 짧은 시(소네트)가 덧붙여져 있다. 작자미상의 각 계절을 구체적으로 노래하는 소네트는 당시의 정황을 살펴봤을 때 비발디 자신이 직접 썼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 소네트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한 사계는 음악과 문학의 오묘한 결합체이기도 하다.

 

사계의 ‘빠르고, 느리고, 빠른’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각각의 협주곡은 알비노니에 의해 시작된 3악장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또한,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와의 분명한 역할분담은 두 그룹간의 조화와 대립, 혹은 경쟁을 강조하면서 음악에 활기를 북돋는다. 이러한 명료한 음악적 성격과 감성적인 소네트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오늘날 음악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비발디의 사계가 사랑받지 않나 생각해본다.

 

 

베를리너 바로크 졸리스텐

 

 

최근 곧 내한하는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의 예전 녹음이 다시 등장했다.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라이너 쿠스마울이 1995년 창단한 단체다. 이들은 현대악기로 연주하지만, 시대악기 연주관습에 따라 바로크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는 앙상블이다. 펠릭스 아요와 이무지치에 의해 유명해지면서 동시에 그들의 연주로 굳어져버린 사계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깨버린 파비오 비온디와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의 등장으로 시대악기 연주가 주목받고, 각광받고 있는 이때, 현대악기를 통한 사계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이들은 반기를 내건다. 시대악기에 비해 현악기의 질감은 떨어지지만, 이들의 유연한 보잉과 이탈리아 바로크 특유의 다이내믹의 탁월한 구사는 현대악기로도 당대의 화법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펼친다. 베를린필의 악장을 맡고 있는 라이너 쿠스마울은 겨울이나 여름의 정교하면서도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빠른 악장 뿐만 아니라 느린 악장에서의 섬세하고 시적인 감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현대악기의 강철현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거트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과는 또 다른 무언가를 전달해준다.

 

이 음반은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순서로 트랙을 배치했다. 그리고, 겨울과 봄 사이에는 첼로 협주곡 RV 424와 비올라 다모레 협주곡 RV 397을 넣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볼프람 크리스트의 비올라 다모레 연주가 시선을 모은다. ‘사랑의 비올라’라는 뜻을 지녔음에도 화려함과는 거리감이 있어 상당히 짧은 생명력을 지닐 수 밖에 없었던 당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악기의 음향을 크리스트는 훌륭하게 재현했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악기의 선천적인 기질은 A단조의 애잔한 감정과 만나 서글픈 감정마저 자아낸다.

 

 

박광준 (goldedge@hanmail.net)

AppZine Classic 2014년 2월 29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