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헨델 : 콘체르토 그로소 Op.6 - 아라디아 앙상블 & 캐빈 말론 본문
헨델: 콘체르토 그로소 Op.6
아라디아 앙상블 ㅣ 캐빈 말론 (지휘)
Naxos ㅣ 8.557358-60
바흐를 비롯한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헨델은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영국 등을 두루 다니며 당대의 음악들을 직접 몸소 익히고, 수용했다. 물론, 바흐와 동시대 음악가들도 각국의 음악적 형식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음악에 적용하곤 했지만, 헨델은 보다 더 명쾌하게 당대의 음악적 흐름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헨델에게는 남다른 통찰력이 있었고, 그런 능력은 그가 영국으로 이주한 이후 자신의 음악을 더 꽃피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712년 영국으로 이주한 헨델은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가 인기를 끌었던 영국에서 ‘리날도’를 시작으로 성공의 대열에 합류했고, 이후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통해 자신의 생애에 이미 큰 명성을 누렸다. 그의 인생에 굵직한 획을 그은 것은 주로 이런 성악 작품들이었지만, 그의 기악작품 또한 그에 못지않게 큰 명성을 안겨 주었다. 그의 기악작품들, 특히 독주 및 트리오 소나타 등에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얻은, 무엇보다도 아르칸젤로 코렐리를 만나면서부터 얻게 된 트리오 소나타 형식의 영향이 배어있다. 또한, 헨델은 코렐리의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 합주 협주곡)의 영향을 받아 1734년에 6개의 협주곡을 모은 Op.3과 이후 1739년에 12개의 협주곡을 모은 Op.6을 작곡했다.
콘체르토 그로소는 표면적으로는 다중 협주곡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트리오 소나타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독주 파트를 담당하는 그룹의 콘체르티노(Concertino; 독주악기군)와 하프시코드를 비롯한 콘티누오를 포함한 현악 오케스트라가 리피에노(Ripieno; 합주군)로 등장하는 것이 콘체르토 그로소, 즉 합주 협주곡의 기본 골격이다. 이런 구조를 띤 형식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Alessandro Stradella)의 작품이었지만, 당시에는 콘체르토 그로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진 않았다. 스트라델라의 작품은 콘체르토 그로소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고, 이후에 이 양식을 체계적으로 확립시킨 인물이 바로 앞서 언급한 코렐리다. 특히 그의 Op.6 의 12개의 협주곡은 당대의 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안겨 주었고,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헨델의 콘체르토 그로소가 탄생하게 한 배경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헨델은 1735년 오르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해서 그의 오라토리오 사이에 삽입하기도 했다. 후에 헨델은 1738년에 이 협주곡들을 Op.4 라는 제목으로 출판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당시 영국의 유명한 출판업자 존 월시(John Walsh)는 헨델에게 코렐리와 같은 콘체르토 그로소를 작곡할 것을 권유했고, 헨델은 1739년에 12곡의 콘체르토 그로소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2년 후 1741년에 Op.6이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1714년에 출판되었던 코렐리의 콘체르토 그로소와 같은 수의 12개의 협주곡, 그리고 같은 제목인 Op.6을 사용한 것은 코렐리의 작품의 성공을 반영하고 싶었던 존 월시의 소망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헨델은 코렐리의 교회 소나타 형식을 적용하면서 동시에 비발디 협주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반영했다.
Aradia Ensemble & Kevin Mallon
캐빈 말론이 이끄는 시대악기 전문 연주단체 아라디아 앙상블은 헨델의 이 작품을 콘체르티노와 리피에노가 경쟁하는 구도 보다는 상호 소통하는 구도로 전개했다. 기존의 수없이 들어왔던 연주들처럼 극과 극의 대비를 통해서 얻어지는 강렬한 다이내믹은 맛보기 어렵지만, 이런 이유 덕분에 마치 소규모의 트리오 소나타를 듣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아리디아 앙상블은 마치 당대에 트리오 소나타에서 콘체르토 그로소로 옮겨져 가는 과정의 형태를 재현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처럼 소규모 앙상블의 효과를 살리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만큼 리피에노의 과장된 효과는 이 연주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콘체르티노 또한 스스로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전체 앙상블의 일부로 만족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
박광준 (goldedge@hanmail.net)
앱진 클래식 4월 19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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