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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를 연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1. 8. 4. 10:38

 

※ 주의: 이 글은 상당히 주관적인 성향의 글이므로, 실제와는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

리코더를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꾸준히 하면 된다는데...과연 열심히 하면 다 되는걸까? 나 또한 리코더를 잘 불지도 못하고 밤 놔라 배 놔라 할 처지는 못되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는 2%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본다.


1. 호흡

개인적으론 무엇보다도 이 호흡이 중요하다고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숨 못 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하겠지만, 리코더를 불 때 제대로 숨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흡이 불안정하거나 짧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이 폐활량이 적어서 그렇다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실은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폐활량이 많으면 도움은 될테지만, 리코더를 부는데 있어서 폐활량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레이트나 콘트라베이스 리코더의 경우라면 몰라도...

그렇다면 어떻게 숨 쉬어야 하나? 정답은 복식호흡이다. 노래를 하건, 악기를 연주하건 복식호흡은 필수사항일텐데, 왜 꼭 복식호흡을 해야만 할까? 바로 안정적인 호흡을 위해서다. 대부분 호흡이 짧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흉식호흡을 하고, 들이마신 숨을 초반에 다 써버리고 나중에 가서는 부족한 호흡 때문에 갈수록 음정이 떨어진다. 하지만,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 충분한 호흡을 배에서 꽉 잡고 필요한 만큼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양이더라도 더 오래 지속할 수가 있고, 듣는 이들도 호흡에 따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호흡량도 물론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다.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 고질적인 예측불허의 비브라토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잘 되진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시도하게 되면 복식호흡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생략~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비브라토 때문에 앙상블을 할 때 음정이 안 맞는 경험을 했다면, 긴 호흡으로 오래 부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면 음정을 맞추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복식호흡을 하고, 비브라토 없는 일정한 호흡으로 안정적인 음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하나 덧붙인다면, 일정한 호흡은 과하지 않은 호흡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다. 센 호흡으로 일정하게 불거나 약한 호흡으로 일정하게 불면 결과는 X. 알다시피 리코더는 조금만 세게 불어도 음정이 올라가고, 조금만 약하게 불어도 음정이 떨어진다. 자신의 호흡세기에 관해 의심이 생긴다면 조율기를 놓고 하나하나 긴 호흡으로 불어서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2. 텅잉 (Tonguing)과 운지 (Fingering)


관악기라면 필수적인 요소가 텅잉이다. 텅잉은 말하기, 노래하기의 기본이다. 리코더는 이 텅잉을 이용해서 다양한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을 적용하기도 한다. 리코더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경우 이 텅잉을 익히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다. 지도하는 사람은 '두~두~두~' 하면서 하라고 하지만, 이것을 적용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어릴적 후~후~ 하면서 불었던 습관을 고치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텅잉을 처음 하는 경우라면 짧게 끊어서 둣! 둣! 하는 연습부터 시작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음정으로 스타카토 처럼 짧게 끊었다가 점차적으로 길게 두~두~ 불게되면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처음에 짧게 끊는 연습은 혀의 자리를 익히는 시작단계라고 보면 된다. 이 텅잉이 익숙해지면 나중엔 텅잉을 안 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인 두~두~ 가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혼합해서 사용해보는 것도 보다 다양한 음악을 구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두르두르나, 투르투르, 두르르르...등등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자...이제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텅잉과 운지의 일치다. 많은 경우 이 두 가지가 따로 놀아서 일명 삑사리가 연출된다. 특히 빠른 곡에서 텅잉이 손가락과 맞지 않으면 그야말로 가관이 된다. 빠른 곡의 경우 천천히 연습하면서 점차적으로 템포를 빠르게 하는 게 좋다. 처음부터 엇갈린 상황에서 연습하게 되면 나중에 고치기가 더 어렵다. 손가락만 빨리 돌아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손 따로 입 따로 불게 되면 듣는 사람은 정말 괴롭다.


3. 자세

보통 권장하는 자세는 양쪽 팔을 약간 벌리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리코더는 몸에서 약간 뗀 상태로 연주하라고 하는데, 아래 사진들을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바로 리코더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란스 브뤼헨의 연주자세다.


 

그는 연주할 때 종종 이렇게 다리를 꼬고 연주하곤 했다. 그의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 이 사진은 양호한 편이다. 허리를 상당히 굽힌 상태에서 다리를 꼬고 연주한 사진도 더러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자세가 가장 모범적인 자세일테지만, 어떻게 보면 연주자가 연주하기 편한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가 아닐까 싶다. 호흡하기에 불편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가장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자세야말로 가장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는 자세일테니까 말이다. 또한 연주할 때 상당히 몸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일 지아르디노 아르모니코의 지오반니 안토니니가 그 중 한 명인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연주에 안 좋다고도 말한다. 악기를 컨트롤하는데도 그렇고,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음 전달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러 이런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습관을 고치는게 오히려 음악에 장애가 된다면 이런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 리코더 지공을 손가락으로 막을 때 손가락 끝으로 막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것은 좋지 않은 자세다. 손가락 끝으로 구멍을 막게 되면 닿는 면적이 좁고 정확하게 구멍을 막기가 어렵다. 지공은 아래 그림처럼 각 손가락의 지문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작은 원이 있는 조금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으로 막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면을 통해 구멍을 막게 되면 손끝을 피아노 치듯이 세우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손가락 끝을 눕히는 자세가 나온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측 사진 : 플란더스 리코더 콰르텟 


아! 그리고 써밍!! 이 써밍(Thumbing)은 올바른 리코더 연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써밍이란 리코더의 0번 구멍, 즉 왼손 엄지로 막는 구멍의 손놀림(?)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고음역을 연주할 때 이 써밍방법에 따라 음정을 유연하게 낼 수도, 삑사리를 낼 수도 있다. 보통 소프라노의 경우 높은 미 부터, 알토의 경우 높은 라부터 이 0번 구멍을 살짝 열게 된다. 운지표를 보면 반 정도 열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약 1/4만 여는 것이 좋다. 리코더를 어느정도 능숙하게 불다보면 이 여는 크기가 음역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무튼 0번 구멍을 막았다가, 열었다가, 약간만 열었다가 하는 과정을 연속으로 할때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 관절은 움직이지 않고 슬라이드 식으로 위 아래로만 엄지를 움직이는 것을 종종 본다. 물론, 열고 닫는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고음역대를 연주할 때는 이 방법은 상당히 안 좋다. 막았다가 살짝만 열어야 하는 경우 아래 그림처럼 엄지 손가락 관절을 살짝 구부려서 막는 것이 좋다.


출처: http://www.dolmetsch.com



이 방법을 사용하면 위 그림처럼 중심축에서 약 45도 정도 기울인 각도로 손가락이 위치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상당 시간이 흐른후 0번 구멍이 아래처럼 패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절대로 나쁜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자국이 생기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인 경우다. 목관 리코더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해서 0번 구멍이 패이게 되면 제작가들을 통해 구멍을 더 파낸 다음 인조상아 링으로 대체해서 수리하곤 한다.  


출처: http://www.saundrecs.co.uk



4. 단계별 성장


마지막으로 스텝 바이 스텝!!  너무도 당연한 진리인데, 수 많은 리코더 매니아들은 이것을 거부하곤 한다. 자신은 뭔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자신의 수준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직 자신은 에베레스트를 오를 만한 실력이 아닌데, 자신감만으로 충만해서 이미 몸은 그곳에 가 있다. 물론, 도전정신에 찬물을 끼엊을 의도는 없다. 하지만,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늘상 100m 달리기를 하겠다고 매달리는건 그야말로 소모전일 수 밖에 없다. 그런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지는게 가장 빠른 길이다. 앞서 언급했던 호흡과 텅잉, 운지, 그리고 자세에 관한 내용들과 꾸준하게 자신의 실력에 맞는 단계를 거친다면 누구보다도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다. 

여기서 '꾸준하게' 가 중요하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을 종종 본다. 본인은 수 년 동안 리코더를 불었는데,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꾸준한 연습을 하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이 지속성이야말로, 다시 말해 이 성실성이야말로 당해낼 장사가 없는 것이다. 어쩌다가 한번씩 1~2시간 불었다고 실력이 늘진 않는다. 하루 10~20분 씩이라도 꾸준하게 부는 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약이 되었다고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도무지 안 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수 십번, 수 백번 꾸준한 연습을 통해 극복해본 적이 있는가? 그 과정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방법이 진리라는 것에 공감을 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