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고든 제이콥: 리코더와 함께 하는 실내악 - 애너벨 나이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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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제이콥: 리코더와 함께 하는 실내악 - 애너벨 나이트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1. 7. 30. 14:44




Gordon Jacob - Chamber Music with Recorder

Annabel Knight, recorder  l  Robin Bigwood, harpsichord & piano
Maggini Quartet  l  Fontanella

NAXOS   8.572364



:: Track List

01-07  Suite for recorder and string quartet *

08-11  Sonatina for treble recorder and harpsichord

12-15  Sonata for recorder and piano #

16-21  A Consort of Recorders

22-32  Variations for treble recorder and piano

33-36  Trifles, for treble recorder, violin, cello and harpsichord #

 

* World Premiere Recording with String Quartet

# World Premiere Recording


 
고든 제이콥은 20세기의 대표적인 현대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또한, 리코더에 대한 애정과 상상력으로 20세기 리코더 작품을 수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이미 리코더 연주자 미칼라 페트리를 통해서 익숙하던 차였다. 그녀의 초기 녹음들에서 이 고든 제이콥의 작품들이 심심찮케 등장하곤 했다. 페트리의 연주에 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녀의 20세기 음악들에 관한 탐구와 노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당시 제이콥 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인 말콤 아놀드를 비롯해서 20세기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소개했다. 대다수가 바로크와 르네상스 레퍼토리에 관심을 가질 당시 그녀의 이런 노력은 미래지향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런 노력은 제이콥으로 하여금 그녀를 위한 작품을 쓰게까지 만들었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리코더와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티나는 바로 페트리를 위해 제이콥이 헌정한 작품이다.

고든 제이콥의 리코더 작품만을 음반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이번 시도는 낙소스의 영국음악 시리즈의 연계선상에서 진행된 것이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무엇보다 어린 10대시절 제이콥의 음악을 만나 작품의 매력에 폭 빠졌던 애너벨 나이트의 관심과 노력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여기서는 몇 곡을 제외하고는 리코더와 건반의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 그간 앙상블 파사칼리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애너벨 나이트와 로빈 빅우드의 호흡은 매우 절묘하게 드러난다.


애너벨 나이트와 로빈 빅우드


미칼라 페트리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이트의 연주에서는 페트리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호흡을 이용한 측면이 돋보인다. 페트리의 성향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녀의 음색은 너무도 또렷하고 명랑하고 다이내믹의 대비도 약한 편이다. 하지만, 나이트는 리코더의 바람소리를 한층 살려 음색의 다양성을 들려 주었고, 다양한 아티큘레이션을 구사하면서 다이내믹도 극명하게 살렸다. 늘 앙상블 음악을 통해서 그녀의 연주를 만나왔던 터라 이번 음악을 통해 독주자로서의 면모도 발견하게 되어 반가울 따름이다.


Track 8, 10  Sonatina for treble recorder and harpsichord (1985) - 1. Allegro / 3. Adagio



첫 곡으로 등장하는 리코더와 현악 사중주를 위한 모음곡은 현악 사중주와의 연주로는 최초 녹음이다. 페트리와 제이콥의 인연을 맺게 해준 곡이기도 한데, 이번 녹음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아닌 현악 사중주와의 호흡으로 좀더 세밀한 질감이 표현됐다. 낙소스를 중심으로 좋은 연주로 주목받는 영국의 마기니 현악 사중주단이 애너벨 나이트와 함께 했다. 이 작품은 총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깊이 있게 각인되는 이유는 제이콥이 리코더라는 악기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악기의 장점을 십분활용해서 작품으로 옮겼기 때문일 것이다. 리코더는 때때로 혼자서, 또는 현악파트와 교대로 등장하면서 곡을 전개시켜 나간다.  특히 마지막 악장 타란텔라에서의 현악파트와의 대립과 공존은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앙상블 폰타넬라

마기니 현악 사중주단

 

중반부에 등장하는 리코더 콘소트 작품은 다섯 대의 리코더를 위한 곡으로 애너벨 나이트를 비롯 영국의 주요 리코더 연주자들이 모여 결성된 앙상블 폰타넬라가 들려준다. 이 작품은 앞서 소개한 리코더와 현악사중주의 구성을 리코더와 리코더 사중주를 위한 구성으로 바꾼 듯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독주 리코더를 제외한 나머지 네 파트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제이콥의 리코더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이 드러난다. 절대 과하지 않으면서 리코더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작풍은 이 작품이 리코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오리지널로서의 가치를 갖게 한다. 네 번째 악장 코랄은 마틴 루터의 '내 주는 강한 성이요' 의 테마를 활용했다.


Track 16, 20  A Consort of Recorders (1972) - 1. Fanfare and March / 4. Chorale



알토 리코더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은 기본 테마 외에 총 10개의 변주로 되어 있다. 서정적인 테마 이후 템포와 조성의 변화에 따른 변주들이 이어지는데, 전체의 흐름을 보면 변주곡이라기 보다는 모음곡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변주들을 듣다보면 앞선 테마를 떠올리기 보다는 독립적인 작품처럼 인식하게 된다. 분명 하나의 주제 아래 다른 옷을 입었을 뿐인데, 독자적인 성격까지 부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리코더 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피아노는 변주에 따라 몽환적인 분위기도 연출하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빠른 패시지에서는 타악기의 효과까지 겸비하곤 한다.


Track 22, 27, 32  Variations for treble recorder and piano (1962)
1. [Tema] Andante semplice / 6. Variation V: Molto vivace / 11. Variation X: Finale



고든 제이콥의 작품들은 상당부분 리코더 부흥운동을 주도했던 아놀드 돌메치의 아들인 칼 돌메치를 통해 연주되었다. 20세기에 일어난 리코더 부흥운동 이후 1세대 리코더 주자라고 볼 수 있는 칼 돌메치와 고든 제이콥은 연주가와 작곡가로서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은 최초 녹음이자 제이콥이 돌메치를 위해 작곡한 마지막 작품이다. 앞서 등장했던 곡과 다르게 리코더는 바이올린, 첼로, 하프시코드와 함께 하고, 서정성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감성을 들려준다.


Track 33, 36  Trifles, for treble recorder, violin, cello and harpsichord (1971)
1. Le Buffet: Largo / 4. La Trifle a l'anglaise: 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