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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공연 & 전시

2018 크누아 리코더 앙상블 연주회 후기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8. 11. 21. 15:02




크누아 리코더 앙상블 2018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아마도 이번처럼 크누아 리코더 앙상블이 낮 12시에 연주회를 한 건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은 연주회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의 부족한 배려는 아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야 가깝기도 하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손쉽게 다녀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연주회 시간을 보고 의아해하지 않았을까. 누구를 위한 연주회인가 하고...


아무튼!


최근 과거에 비해 연주회장을 많이 찾지 못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기분좋게 감상한 연주회였다. 거의 포스팅이 없는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들 정도라면 충분한 증명이 되지 않을까. 


이번 연주회의 테마는 'Bach in the air' 다. 올해는 바흐 탄생 333주년이기도 한 만큼 다른 해보다 바흐 관련 공연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왜 'in the air' 일까? 연주회 초반 바흐의 푸가를 오르간 독주와 리코더 콰르텟으로 번갈아 연주하는데, 공기(air)를 사용하는 두 악기 오르간과 리코더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오르간 푸가 BWV 578로 시작하는 파이프 오르간의 독주. 공간과의 어울림도 좋았던 연주였다. 뒤이어 리코더 콰르텟이 푸가의 예술(혹은 기법) 중 Contrapunctus 1을 연주했다. 살짝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관객들 대부분이 이 두 악기의 유사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이 연주회의 기획 또한 그런 부분을 강조함이었을 것 같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르간과 리코더 콰르텟의 볼륨 차이가 컸던 부분이다. 워낙 장엄하게 끝을 맺는 오르간의 음향 뒤에 리코더가 등장하다 보니 소리가 다소 빈약하게 들렸던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리코더 앙상블의 정교한 푸가는 무척 좋았다.   


성악 앙상블과의 연주도 무척 신선한 시도였다고 본다. 이런 편성은 보통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에서 많이 사용하던 방법인데, 바흐의 성악 작품들에서의 시도도 무척 좋은 조화를 보여 주었다. 거의 더블링으로 연주한 것 같은데, 특정 파트 보다는 전체 앙상블에 초점을 맞춘 것 처럼 들렸다. 이 연주에서도 호흡(air)이라는 매개체는 역시 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리코더 파트간(정확히는 모델에 따른)의 음량 차이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사실 비발디의 콘체르토 그로소에서도 이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학생들의 기량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였는데, 악기만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더 훌륭한 연주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실력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악기로는 지원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자꾸 머리를 맴돈다.


마지막 곡 'Unity' 는 크누아 리코더 앙상블 연주회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학생들 스스로 공동으로 작업한 창작곡이다. 리코더 콰르텟을 위한 작품인데, 각양각색의 네 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개성으로 서로 '다름'을 연주하다가 '같음'으로 화합을 이루는 내용이다. 연주회장에 비치해놓은 해설지에 따르면 'Personal - Regulation - Sharing - Unity' 의 흐름으로 곡이 전개된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Personal 에서의 각자의 호흡을 강조한 대목은 뭐랄까... 후반부로 갈수록 호흡이 턱에까지 차오른 마라토너를 연상케 했다. 이후 Sharing 에서는 네모난 나무토막을 원통으로 가공할 때 흩날리는 나뭇가루들이 떠올랐다. 이후 하나로 연결되며 Unity 를 이루며 종결. 연주뿐만 아니라 공간을 활요한 퍼포먼스까지 곁들인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이런 좋은 연주회를 소수의 인원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여전히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