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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이야기 - 6. 리코더 추천음반 본문
리코더 이야기 - 6. 리코더 추천음반
리코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반을 통한 감상 방법은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겠다. 최근 국내에도 고음악의 열기에 힘입어 다양한 연주자들의 다양한 음반들이 수입되고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그 중에서 들어볼 만한 음반들을 골라 소개해볼까 한다. 절판된 음반들은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음반들로 정리했다.
리코더의 예술 - 데이빗 먼로우
Testamnet (SBT2 1368)
‘리코더의 예술’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천재적인 고음악 스페셜리스트인 데이빗 먼로우의 음악세계를 만나보기에 적절한 음반이다. 리코더 뿐만 아니라 중세, 르네상스 관악기에 능통했던 먼로우는 고음악 부흥운동 이후 리코더를 비롯한 고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테스타먼트에서 발매된 이 기념비적인 앨범에는 첫 번째 CD에 중세, 르네상스, 초기 바로크, 후기 바로크 작품들을, 두 번째 CD에 20세기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수 많은 먼로우의 음반들 중에서도 이 음반은 그를 추억하는 대표적인 음반이 될 것이다. 먼로우는 리코더 독주 음악 뿐만 아니라 그의 리코더 앙상블과 다양한 콘소트 음악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오늘날 대가로 불리는 사이먼 스탠디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제임스 보우만 등이 그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것을 보면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의 부재에 따른 안타까움이 무척 크다.
헨델: 리코더 소나타 - 마리온 페어브뤼헨
Harmonia Mundi (HMU 907151)
헨델의 Op.1 에 수록된 리코더 소나타는 리코더 레퍼토리 중에서도 인기있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 만큼 수 많은 레코딩이 존재하지만, 수 많은 애호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음반이 바로 마리온 페어브뤼헨의 연주가 아닐까 싶다. 평이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정도를 걷고 있는 연주는 대가의 노련함과 탁월함을 느끼게 해주고, 얍 테르 린덴과 톤 코프만의 콘티누오는 페어브뤼헨의 연주에 날개를 달아준다. 페어브뤼헨은 헨델 특유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누구보다 설득력있게 풀어 나갔고, 무엇보다 콘티누오와의 조화로운 균형에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프란스 브뤼헨 에디션 1집 - 프란스 브뤼헨
Teldec (4509-93688-2)
텔덱에서 발매된 프란스 브뤼헨의 에디션 12장은 리코더 음반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반들로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백과사전 같은 시리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모두 절판된 상황인데, 그나마 에디션의 일부가 워너뮤직에서 다른 포장(Apex)으로 재발매되었고, 최근 1집의 경우에는 재수입도 되고 있는 모양이다. 1집에는 텔레만의 소나타와 환타지아의 일부를 담았는데, 오늘날의 연주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강한 비르투오즘이 넘치는 연주로 충만하다. 다른 초기 연주자들에 비해 비브라토도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고, 독창적인 장식음들로 풍요로움을 더했다. 브뤼헨과 늘 함께 호흡했던 안너 빌스마와 이젠 고인이 된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의 콘티누오도 빛을 발한다.
발터 판 하우베 리코더 3집 - 발터 판 하우베
Channel Classics (CCS 3392)
발터 판 하우베는 프란스 브뤼헨, 케이스 부커 등과 더불어 네덜란드 리코더 연주가의 큰 봉우리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는 연주가 뿐만 아니라 작곡가, 교육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그는 다른 연주가들에 비해 많은 독집 앨범을 남기지는 않았다. 현재 채널 클래식스에서 발매된 네 종의 음반들이 그나마 하우베라는 연주자를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그 중에서 3집은 영국과 네덜란드, 이탈리아의 작품들을 담고 있다. 이 음반이 동종 레퍼토리의 다른 음반들에 비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호소력 짙은 리코더의 음색과 질감있는 음색으로 가득한 토요히코 사토의 류트가 절묘한 호흡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그라운드 작품들에서 이 둘의 호흡은 최고조에 달한 것처럼 보인다. 존 에클스의 그라운드는 이 음반의 백미라고 꼽고 싶을 정도다.
텔레만 / J.S.바흐 / C.P.E.바흐 - 단 라우린
BIS (CD-675)
텔레만의 대표적인 무반주 작품인 트라베르소를 위한 12개의 무반주 환타지아는 리코더로도 많이 연주되는 작품이다. 보통은 이조해서 알토 리코더로 많이 연주하곤 하지만, 원곡의 조성대로 D조의 보이스 플루트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스웨덴의 리코더 연주자 단 라우린은 이 음반에서 보이스 플루트를 사용해서 원곡의 조성대로 12개의 무반주 환타지아 전곡 녹음을 완성했다. 작품의 성격상 각각의 곡들은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연주자들 또한 이 작품을 연주할 때 자신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단 라우린은 텔레만의 작품을 상당히 견고하고, 균형감있게 연주했다. 여기에 프레드 모건이 제작한 악기의 풍부한 질감이 돋보이고, 지나치지 않은 기교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연주를 만들어냈다. 보너스 CD에 수록된 바흐 부자의 무반주 작품들의 연주도 탁월하다.
이탈리안 소나타 - 도로테 오베를링어
Deutsche Harmonia Mundi (88697115712)
도로테 오베를링어의 이탈리안 소나타는 코렐리, 비발디, 삼마르티니 등의 대표적인 이탈리아의 바로크시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담은 음반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리코더 연주자 오베를링어는 무엇보다 자신의 장기인 이탈리아 음악들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상당히 빠른 패시지에서도 정교함을 잃지 않고, 그 가운데서 다이내믹의 묘미를 강조하는 솜씨는 대단하다. 무엇보다 자신감에 찬 열정적인 연주는 듣는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파비오 비온디나 줄리아노 카르미뇰라 등의 연주자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무척 잘 어울리는 선택이 될 것이다.
루키 스타더스트 컬렉션 - 암스테르담 루키 스타더스트 콰르텟
Newton Classics (8802044)
암스테르담 루키 스타더스트 콰르텟(Amsterdam Loeki Stardust Quartet)은 벨기에의 플란더스 리코더 콰르텟과 더불어 현존하는 최고의 리코더 앙상블로 인정받고 있는 단체다. 창단 30년이 훌쩍 넘은 이 앙상블은 창단 이후 르네상스와 초기 바로크시대의 음악들부터 고전, 낭만,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이들의 음반들은 채널 클래식스 레이블을 통해 구할 수 있지만, 그 이전의 녹음들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해 뉴튼 클래식에서 데카에서 남겼던 네 장의 음반을 다시 재발매했다. 각각의 음반은 이탈리아 리코더 음악, 리코더 협주곡 모음, 바로크 리코더 음악, 파퓰러한 음악들을 다룬 ‘Extra Time'으로 1987~1991년 사이의 녹음들이다. 특히 이 음반들은 대부분이 오리지널 리코더 작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리코더 콘소트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베네치아 1625 - 모리스 스테거
Harmonia Mundi (HMC 902024)
1600년대 초반은 음악사적으로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접어드는 시기였던 만큼 당시의 음악적 성향은 두 시대의 특성을 고루 간직하고 있었고, 점차적으로 바로크시대의 성향으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리코더의 경우 콘소트 악기에서 독주악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가 이 때 였다. 당시 폰타나, 우첼리니, 카스텔로 등의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이 시기에 비르투오즘이 넘치는 독주 작품들을 많이 남겼고, 이들은 대부분 바이올린으로 많이 연주되었지만, 리코더도 같은 레퍼토리를 공유하곤 했다. 스위스의 모리스 스테거는 바로크 초기, 그중에서도 베네치아에서 성행했던 작품들을 원숙한 기량으로 해석했다. 특히 그는 다양한 악기들을 동원하면서 콘티누오 파트를 풍성하게 연출했고, 거기에 자신의 견고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입혔다.
프랑스 음악 - 마리케 미에센
Teknon (TK 110250)
프랑스 바로크 음악은 연주가들에게 상당히 난해함을 주곤 한다. 프랑스 음악 특유의 형식미와 장식음들을 제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마리케 미에센이라는 네덜란드 연주가의 음반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이 음반은 1989년 녹음으로 2001년에 리마스터링 되면서 테크논 레이블을 통해 재발매 되었다. 마리케 미에센은 안너 빌스마, 피터 비스펠베이, 봅 판 아스페른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네덜란드의 대가들과 함께 프랑스 음악의 미학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독주악기 뿐만 아니라 콘티누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음반이다.
비발디 리코더 협주곡 - 콘라드 슈타인만
Divox (CDX-70006)
콘라드 슈타인만은 학구적인 리코더 연주가로, 경력의 초기에는 바로크 음악들을 많이 연주했지만, 최근에는 중세, 르네상스 이전의 고대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잊혀진 작품들을 발굴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의 학구적인 자세는 그의 음악들을 보다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데 일조했고, 비발디 리코더 협주곡 음반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대표적인 리코더 협주곡으로 사랑받는 비발디의 작품들은 단순히 테크닉만으로 승부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다. 슈타인만은 이 음반 속에서 까다로운 테크닉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각 작품들이 갖고 있는 표정을 읽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로 협주곡 ‘밤’에서 들려지는 작품이 갖고 있는 ‘음산함’과 폭풍 같은 질주는 그의 연주를 통해 더 부각되면서 작품의 뉘앙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글/ 박광준 (www.recordermusic.net)
[flute & ] 2012-06/0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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