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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

어떤 영화를 볼까? 나의 영화 선택법?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2. 2. 29. 14:48


영화를 볼 때 일차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은 혼자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볼 것인지가 아닐까 싶다.
뭐 막무가내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영화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혼자 본다는 가정하에 나름의 영화를 선택하는 방법을 끄적거려볼까 싶다.

최근 영화를 극장가서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다.
특히,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부터는 아내와 둘 만의 시간을 갖기가 더 어려워진 탓에 더더욱 힘들었다.
덕분에 영화라는 매체는 DVD나 다른 경로를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영화란 음악과 상당히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20여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닐까.

'이선영의 영화음악실'


고등학교 시절 밤마다 나는 이 방송을 듣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성우가 직업이었던 이선영씨의 음성은 그 당시 더빙된 영화속에서 듣던 익숙한 목소리였고,
그 때문인지 라디오 프로그램 자체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안겨 주었었다.
당시 영화를 제대로 접하기 전이었던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음악과 영화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와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던 이선영씨의 목소리가 아른거린다.
당시에는 공테이프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녹음해서 듣기도 했는데,
제법 카세트 인덱스도 만들어서 영화음악 시리즈 컬렉션을 구축하기도 했었다. 

그때 들었던 영화음악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 개 떠올려 본다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션' 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스타워즈', '라붐', '대부' 시리즈의 음악들...
그 중에서도 영화 '미션'을 통한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만남은 이후 나에게 그의 음악이 담긴 영화들을 줄기차게 골라보게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담긴 영화들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천국',  '러브 어페어', '캐논 인버스', '피아니스트의 전설' 등이다.



하지만, 내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담긴 모든 영화를 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내 가슴을 두드렸던 음악들이 담긴 영화들을 위주로 골라보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영화들의 성향은 비슷했다.
감성적인, 상당히 감성적인 영화들... 갱영화라고 볼 수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조차도 상당히 감성적인 영화였다.

엔니오 모리코네 외에도 내 감성을 두드렸던 영화음악들을 떠올려보면,
타이타닉을 통해 알게 되었던 제임스 호너,
그리고 스타워즈나 ET 등 스필버그 감독과 찰떡호흡을 과시했던 존 윌리엄스 등이 떠오른다.
그들과의 연으로 보게 된 영화들이 바로 '스핏파이어 그릴' '쉰들러 리스트', '슬리퍼스' 였다.


그러다보니 정작 흥행에 성공한 영화 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존재조차 각인되지 않았던 영화들도 자연스레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 등에 실망한 적은 거의 없었다.
개봉당시 스타급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흥행에 참패한 '슬리퍼스' 조차도 나에겐 괜찮은 영화로 남아 있으니까...
사실 음악이 더 부각되는 영화들을 보다보면 시나리오나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운 대목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음악이라는 대상은 커버하고도 남았기 때문에 이런 선택법(?)은 나름 지속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보게 되는 영화들 또한 마찬가지의 수순을 밟는다.
예전에 비해 이제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먼저 손이 간다.
'솔로이스트', '더 콘서트', '바흐 이전의 침묵', '나넬 모차르트', '클라라' 등이 그런 영화에 속한다.


짧은 서른 여덞해의 인생이지만, 영화를 선택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은 아마도...
'음악이 좋은 영화', '음악이 중심이 되는 영화'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도 귀로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 귀기울이는 나...
막귀임에도 음악은 어느덧 인생의 좋은 벗 중의 하나로 곁에 자리한 것 같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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