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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그라피 시리즈 ① 비발디 리코더 협주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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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그라피 시리즈 ① 비발디 리코더 협주곡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1. 2. 17. 14:56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은 리코더라는 악기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레퍼토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른 작곡가들의 협주곡 작품들에 비해 비발디의 협주곡은 화려함과 다이내믹의 대비가 뚜렷하고, 무엇보다 연주자들에게 엄청난 테크닉을 요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뛰어난 연주가들은 이 레퍼토리에 여러 녹음들을 남겼다. 텔레만이나 헨델의 리코더 소나타 음반과 더불어 현존하는 비발디의 협주곡은 그 수 또한 엄청나다. 여기서는 음반에 대한 리뷰적인 성격 보다는 소개하는 차원으로 정리해본다. 미처 포함되지 못한 음반들(예: 페터 홀츠라흐, 프레드릭 드 루스, 미칼라 페트리..)에 대해서는 후일을 기약해본다.



프란스 브뤼헨 (Frans Bruggen)

프란스 브뤼헨의 비발디 녹음은 상당히 많다. 브뤼헨 에디션에 포함된 것과 세온에서 발매된 위의 음반 외에도 일본에서 발매된 다른 시리즈의 녹음들이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인정 받는 연주는 텔덱의 브뤼헨 에디션 7집이 아닐까 싶다. 이 음반은 여러 후배 연주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불러 일으킨 대표적인 명반이다.


프란스 브뤼헨 & 콘체르토 암스테르담 (TELDEC)프란스 브뤼헨 & 18세기 오케스트라 (SEON)



미하엘 슈나이더 (Michael Schneider)


미하엘 슈나이더의 도이치 하르모니아 문디에서의 녹음은 과거 칼날 같은 정교하고 예리한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음반이다. 지금은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명반이 되어 버렸지만, 요즘의 추세를 보면 이 음반도 DHM의 다른 시리즈 처럼 다시 옷 갈아 입고 나오지 않을까. CPO에서 발매된 최근작은 과거의 속도감 있는 연주보다는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초기 녹음에서는 소편성의 질감있는 연주를, 최근작에서는 중편성의 풍성한 앙상블을 경험할 수 있다. 

미하엘 슈나이더 & 카메라타 쾰른 (DHM)미하엘 슈나이더 & 카펠라 아카데미아 프랑크푸르트 (CPO)



단 라우린 (Dan Laurin)


단 라우린은 리코더를 참 쉽게 다루는 연주가다. 비스(BIS)에서 발매된 그의 두 종의 리코더 협주곡은 상반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드로트닝홀름 바로크 앙상블과의 연주에는 다이내믹 효과가 속 시원하게 전개되고 있는 반면, 바흐 콜레기움 재팬과의 연주에서는 전작에 비해 느릿한 템포에 얌전함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부분을 좀 더 학구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드로트닝홀름과의 연주에서는 다른 연주가들의 연주에서는 접하기 어렵게 RV 443을 소프라니노가 아닌 알토 리코더로 연주했다. 덕분에 카랑카랑한 새소리 보다는 포근한 기운이 가득하고, 마치 다른 작품을 접하는 느낌마저 든다. 

단 라우린 & 드로트닝홀름 바로크 앙상블 (BIS)단 라우린 & 바흐 콜레기움 재팬 (BIS)



마리온 페어브뤼헨 (Marion Verbruggen)


마리온 페어브뤼헨의 음반은 최근 트라베르소 플루티스트 자넷 씨의 음반과 더블링되어 1+1 시리즈로 재발매 되었다. 덕분에 같은 레퍼토리를 트라베르소 버전으로도 들어볼 수 있다.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는 작품에서조차 부담스럽지 않은 페어브뤼헨의 전개는 안정감을 더한다. 특별하게 특색있는 부분을 딱 꼬집기는 어려울 만큼 개성이 넘치는 연주는 아니지만, 작품을 마주하는 연주가의 진지함이 엿보이는 수작이다.

마리온 페어브뤼헨 & 필하모니아 바로크 오케스트라 (Harmonia Mundi)



콘라드 슈타인만 (Conrad Steinmann)

콘라드 슈타인만의 비발디에는 뭔가 색다른 맛이 있다. 학구적인 스타일 답게 그의 연주에는 작품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성격을 표면으로 끌어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클라베스에서 발매된 것도 훌륭하지만, 단 네 곡만 수록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디복스에서의 녹음은 꽤나 성공적이다. 그의 강렬한 톤의 리코더와 더불어 디복스 특유의 질감있는 녹음은 현악기들의 질감 또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명쾌하게 뽑아 냈다. '밤(La Notte)'의 경우 이 보다 더 음산한 도입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콘라드 슈타인만 & 카펠라 클레멘티나 (CLAVES)콘라드 슈타인만 (DIVOX)



도로테 오베를링어 (Dorothee Oberlinger)

도로테 오베를링어의 화끈한 속주는 비발디에서 그 빛을 발한다. 특히, 오나멘트 99와의 호흡보다 아르카나에서 작업한 마르카의 유쾌한 친구들과의 호흡이 더 그의 성향에 맞는 것 같다. 그들의 파트너십은 이 레퍼토리에서 극대화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음악 자체가 즐겁고 신난다. 오베를링어는 이들과의 연주에서 기존의 다른 연주들과는 달리 a'=440Hz 를 채택했다. 그냥 한번 해보자! 식의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비발디가 이 작품을 썼을 당시 베네치아에서의 음고가 그에 해당했을 거라는 자료들에 따른 시도다. 두 개의 버전은 특이하게도 단 한 개의 레퍼토리도 중복되지 않는다.  

도로테 오베를링어 & 마르카의 유쾌한 친구들 (ARCANA)도로테 오베를링어 & 오나멘트 99 (Raum Klang)



모리스 스테거 (Maurice Steger)

모리스 스테거의 휘몰아치는 연주가 압권인 음반. 홍방울새를 비록한 다른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그의 격렬한 움직임은 극심한 템포 변화와 호흡변화, 예측할 수 없는 장식음이 믹스된 결과물이다. 폭풍 같다고 해야 할까? 연주자의 강렬함이 돋보이는 음반이다.

모리스 스테거 & 바로키스트 (CLAVES)



세바스티앙 마르크 (Sebastien Marq)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연주가 세바스티앙 마르크를 우리에게 알려준 음반. 뛰어난 연주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음반에서의 그의 연주를 최고라고 손꼽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사실 이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그의 텅잉에 적응이 안 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곱씹는 그의 음악은 적절하다...이다. 사실 그의 연주 보다는 앙상블 마테우스의 연주와 뛰어난 음향이 더 돋보인다.

세바스티앙 마르크 & 앙상블 마테우스 (OPUS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