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즐거움이 시작되는 정원 - 파멜라 소비 본문
Garden of Early Delights
Pamela Thorby, recorder l Andrew Lawrence-King, harp & psaltery
LINN l CKD 291
Pamela Thorby, recorder l Andrew Lawrence-King, harp & psaltery
LINN l CKD 291
음반의 제목과 음반 자켓의 사진처럼 파멜라 소비와 앤드류 로렌스 킹 듀오는 시종일관 화사하다. 이들은 이미 첫 곡에서부터 앞으로의 전개를 미리 암시하는 듯한 연주를 들려준다. 오르띠즈의 리체르카다를 킹의 하프 전주에 이어 등장하는 리코더의 다이내믹한 전개는 기존에 들어왔던 이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까지도 될 수 있겠다 싶다. 후반부의 변주에서는 현대 재즈의 리듬감까지 부가되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색감의 연주를 들려 주었다. 그렇다고 역사성이 결여되었다거나 하는 식의 해석은 불필요할 것 같다. 즉흥적인 장식미가 후기 바로크에 비해 더 충만하게 넘쳐 흘렀던 이 시대의 그런 특징을 소비가 더 두드러지가 부각시켰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음반은 기존의 파멜라 소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다. 팔라디안 앙상블에서 초중반에는 레이첼 포저와, 후반에는 로돌포 리히터와 환상적은 호흡을 보이면서 큰 인기를 누렸던 그녀에게 '과잉'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었는데, 이번 음반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요소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어쩌면 앙상블을 위한 절제, 자중을 하다보니 자신의 자유로운 모습을 이제서야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음반은 그녀가 팔라디안 앙상블의 활동을 접고 독주자로서 독립(물론, 팔라디안 앙상블 이전에도 그녀는 독주자였지만, 그 만큼 팔라디안 앙상블의 영향력은 컸다.)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그녀 개인에게나 청중들에게나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16~17세기 초반의 음악들을 다루었다. 당시의 작품들은 그 이전 시기인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성악파트의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던 리코더를 비롯한 독주악기들이 비로소 성악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을 무렵의 음악들이다. 때문에 당시에 이미 성악곡으로 널리 알려졌던 작품들을 악기로 연주한 곡들도 상당수 있다. 판 에이크가 다울랜드의 노래들을 변주곡으로 만든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악기들은 단순히 성악의 선율만을 악기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연주기법 또한 성악의 기법을 차용하거나 모방한 부분이 많다. 특히 리코더 같은 관악기의 경우 그 유사성은 더 높다. 이러한 이유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르네상스 후기와 바로크 초기의 음악들은 바로크 스타일의 리코더로 연주하게 되면 약간은 낯간지러운 효과가 드러난다. 고상하고 매끈한 음색의 바로크 모델들은 당시의 자유롭고, 다소 거친듯한 호흡이 부각되는 초기 모델들의 음색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는 이번 음반에 3대의 리코더를 사용했다. 가나시 스타일의 소프라노와 g알토, 그리고 두 곡에서는 테너 리코더를 사용했다.
가나시 스타일의 g알토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호소력이 강한 음색을 들려준다. 첫 곡인 오르띠즈의 곡에서 이 악기의 지원이 없었다면 소비의 화려한 테크닉적인 효과를 제대로 살려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모델을 제작한 미하엘 그린터의 공도 크지만, 당시 가나시 모델의 인기 또한 상당히 높았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소비는 단 두곡에만 테너 리코더를 사용했다. 다울랜드의 선율을 차용한 요한 숍의 라크리메 파반느와 판 에이크의 아마릴리 미아 벨라의 우울한 정서는 중음역대의 테너리코더와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었다. 최근 지휘자로서 뿐만 아니라 독주자로서 각광받는 앤드류 로렌스 킹의 하프와 살테리의 연주도 일품이다. 류트에 비해 조금 더 가벼운 듯하면서 긴 잔향을 가진 이 악기는 리코더와 류트의 조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좀 더 몽환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음반의 1/3 정도를 독주로 담당한 킹의 연주는 독주라기 보다는 전주곡 같은 느낌이 든다. 악기의 밝은 기운 때문일까. 비장감이 느껴지는 파사칼리아에서 조차 묵직한 무게감 보다는 가녀린 모습이 연상되곤 한다.
연주자
Pamela Thorby, recorder
Andrew Lawrence-King, harp
사용악기
Recorder: soprano 'Ganassi' recorder by Fred Morgan
g alto 'Ganassi' recorder by Michael Grinter
tenor recorder by Tom Prescott
Harp: Baroque triple harp by Christopher Barlow after Italian models
Spanish double harp by Tim Hobrough after Zurberan
Psaltery by Coin Booth after renaissance models
수록곡
이 음반은 기존의 파멜라 소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다. 팔라디안 앙상블에서 초중반에는 레이첼 포저와, 후반에는 로돌포 리히터와 환상적은 호흡을 보이면서 큰 인기를 누렸던 그녀에게 '과잉'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었는데, 이번 음반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요소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어쩌면 앙상블을 위한 절제, 자중을 하다보니 자신의 자유로운 모습을 이제서야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음반은 그녀가 팔라디안 앙상블의 활동을 접고 독주자로서 독립(물론, 팔라디안 앙상블 이전에도 그녀는 독주자였지만, 그 만큼 팔라디안 앙상블의 영향력은 컸다.)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그녀 개인에게나 청중들에게나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16~17세기 초반의 음악들을 다루었다. 당시의 작품들은 그 이전 시기인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성악파트의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던 리코더를 비롯한 독주악기들이 비로소 성악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을 무렵의 음악들이다. 때문에 당시에 이미 성악곡으로 널리 알려졌던 작품들을 악기로 연주한 곡들도 상당수 있다. 판 에이크가 다울랜드의 노래들을 변주곡으로 만든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악기들은 단순히 성악의 선율만을 악기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연주기법 또한 성악의 기법을 차용하거나 모방한 부분이 많다. 특히 리코더 같은 관악기의 경우 그 유사성은 더 높다. 이러한 이유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르네상스 후기와 바로크 초기의 음악들은 바로크 스타일의 리코더로 연주하게 되면 약간은 낯간지러운 효과가 드러난다. 고상하고 매끈한 음색의 바로크 모델들은 당시의 자유롭고, 다소 거친듯한 호흡이 부각되는 초기 모델들의 음색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는 이번 음반에 3대의 리코더를 사용했다. 가나시 스타일의 소프라노와 g알토, 그리고 두 곡에서는 테너 리코더를 사용했다.
가나시 스타일의 g알토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호소력이 강한 음색을 들려준다. 첫 곡인 오르띠즈의 곡에서 이 악기의 지원이 없었다면 소비의 화려한 테크닉적인 효과를 제대로 살려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모델을 제작한 미하엘 그린터의 공도 크지만, 당시 가나시 모델의 인기 또한 상당히 높았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소비는 단 두곡에만 테너 리코더를 사용했다. 다울랜드의 선율을 차용한 요한 숍의 라크리메 파반느와 판 에이크의 아마릴리 미아 벨라의 우울한 정서는 중음역대의 테너리코더와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었다. 최근 지휘자로서 뿐만 아니라 독주자로서 각광받는 앤드류 로렌스 킹의 하프와 살테리의 연주도 일품이다. 류트에 비해 조금 더 가벼운 듯하면서 긴 잔향을 가진 이 악기는 리코더와 류트의 조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좀 더 몽환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음반의 1/3 정도를 독주로 담당한 킹의 연주는 독주라기 보다는 전주곡 같은 느낌이 든다. 악기의 밝은 기운 때문일까. 비장감이 느껴지는 파사칼리아에서 조차 묵직한 무게감 보다는 가녀린 모습이 연상되곤 한다.
연주자
Pamela Thorby, recorder
Andrew Lawrence-King, harp
사용악기
Recorder: soprano 'Ganassi' recorder by Fred Morgan
g alto 'Ganassi' recorder by Michael Grinter
tenor recorder by Tom Prescott
Harp: Baroque triple harp by Christopher Barlow after Italian models
Spanish double harp by Tim Hobrough after Zurberan
Psaltery by Coin Booth after renaissance models
수록곡
01 D.Ortiz: Recercada segunda de tenore
02 J.van Eyck: Wat zal men op den Avond doen
03 J.van Eyck: Derde, Doen Daphne d'over
04 J.van Eyck: Boffons
05 D.Castello: Sonata seconda a soprano solo
06 J.Dowland: Sorrow, sorrow stay
07 J.Schop: Lachrime Pavaen
08 J.Dowland: Weep you no more
09 G.Bassano: Susanne ung jour
10 D.Ortiz: Recercada segunda de canto llano
11 G.B.Fonatana: Sonata sesta
12 B.Marini: Passacalio
13 G.B.Fonata: Sonata seconda
14 J.van Eyck: Amarilli mia bella
15 D.Ortiz: Recercada prima sobre
16 D.Ortiz: doulce memoire
17 Frais et gaillard
03 J.van Eyck: Derde, Doen Daphne d'over
04 J.van Eyck: Boffons
05 D.Castello: Sonata seconda a soprano solo
06 J.Dowland: Sorrow, sorrow stay
07 J.Schop: Lachrime Pavaen
08 J.Dowland: Weep you no more
09 G.Bassano: Susanne ung jour
10 D.Ortiz: Recercada segunda de canto llano
11 G.B.Fonatana: Sonata sesta
12 B.Marini: Passacalio
13 G.B.Fonata: Sonata seconda
14 J.van Eyck: Amarilli mia bella
15 D.Ortiz: Recercada prima sobre
16 D.Ortiz: doulce memoire
17 Frais et gaill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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